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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뇌는 생각이 아닌 이것을 위해 만들어졌다.

by 베스트앤 베스트 2024. 11. 22.

리사 펠드먼 배럿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생각하기 위해서 뇌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뇌라는 기계의 핵심은 이성도, 감정도 , 상상도, 창의성, 공감도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왜 진짜 존재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녀는 5억 5천만 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어느 뇌 없는 생명체를 소개합니다.

길이 5cm 활유어라 불리는 이 생명체의 삶은 단순했어요.

바닷밑에 자리를 잡고 작디작은 생물체가 자신의 입으로 흘러들어오면 그게 뭐든 간에 섭취했습니다.

맛과 냄새는 전혀 상관이 없었죠.

왜냐하면 활유어에게는 코나 혀 같은 감각기관이 없었으니까요.

빛의 변화를 감지하는 세포만 있어서 어두운지 환한 지만 알았고  심지어 눈도 귀도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활유어는 우리의 먼 친척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활유어에게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죠.

 

우리는 수백개의 뼈 여러 내장기관 팔과 다리 코와 매력적 미소 그리고 뇌가 있습니다.

활유어에게 뇌가 필요했을까요?

활유어는 감각을 담당하는 세포와 움직임을 담당하는 세포만 연결되어 있었고 그 정도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캄브리아기가 시작됐습니다.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는 포식자들이 출현하고 지구는 경쟁이 더 심한 곳으로 바뀌었죠. 

활유어는 빛과 어둠밖에 구별하지 못했지만 새로 등장한 생물들은 실제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생명체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저 멀리 다가오는 희끄무레한 것이 먹을 만한 걸까?

아니면 내가 잡아 먹힐만한 걸까?

먹잇감을 향해 너무 천천히 움직이면 다른 생물이 그 먹잇감을 잡아채 먹어버리고 오지도 않는 위협을 피해 도망가는라 에너지를 다 써 버리면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는 자원을 허비해 버리게 됩니다.

한마디로 생존하려면 에너지의 효율이 가장 중요해졌습니다.

 

에너지 효율은 일종의 예산입니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파악하는 걸 예산이라고 부릅니다.

당신의 몸을 위한 예산 역시 수분, 염분, 포도당 같은 자원들을 얼마나 얻거나 잃었는지 판단합니다.

생각하기 , 달리기 같은 에너지 소비행위는 당신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먹거나 자는 것처럼 에너지를 보충하는 행위는 예금하는 것과 같고요.

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은 경제적 선택입니다.

당신의 뇌는 자원을 언제 써야 하고 언제 저축해야 하는지 늘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체 예산을 과학에서는 알로스타시스(Allostasis)라고 합니다.

알로스타시스란 몸에서 뭔가 필요한 상황이 오기 전에 자동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걸 뜻합니다.

동물들은 몸이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예측했을까요?

 

가장 좋은 정보는 바로 과거입니다.

과거 행동이 성공적으로 위협을 피하게 해 주었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 주는 등 보상을 가져다줬다면

그 행위를 반복할 겁니다. 

이렇게 예측은 생존에 유용한 능력이어서 단세포 생물조차도 자신의 행위를 예측하고 기획합니다.

활유 어는 막대기에 작은 위장이 붙은 수준이었지만 새로 등장한 동물들은 피를 뿜어내는 심장과 심혈관계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호흡계 감염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면역계를 비롯해서 복잡한 내부 시스템들을 발달시켰습니다.

이런 시스템들은 신체 예산 프로세스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죠. 

 

복잡해진 사업을 은행 계좌 하나로 운영할 수 있을 까요?

이제 계좌하나로는 감당할 수 없어지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것처럼 회계부서가 필요해진 셈입니다.

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수분과 혈액, 염분과 산소, 포도장과 코르다솔 성호르몬과 기타 수많은 자원을 모두 잘 조절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졌습니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지휘본부가 필요했죠.

 

그게 바로 뇌입니다.

뇌라는 기계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 한마디로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것입니다.

 

리사 펠드먼은 어느 날 남부아프리카에서 복무하며 게릴라와 싸웠던 남자에게 메일을 받습니다.

깊은 숲 속에서 분대원들과 훈련하던 중에 남자는  자기 앞에 어떤 움직임을 감지해요.

그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끼면서 위장한 게릴라들이 총을 들고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봅니다.

그는 본능적으로 소총을 들고 있는 선두를 겨냥합니다.

그 순간 누군가 남자의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쏘지 마' 등뒤에 있던 동료가 작은 소리가 말합니다.

'그냥 아이잖아' 남자는 서서히 소총을 내리고 현장을 다시 보았습니다.

열 살 남짓으로 보이는 소년 하나가 길게 늘어선  소들을 이끌고 있었죠.

 

그 뒤로 몇 년 동안 남자는 이 사건을 이해하려고 애썼습니다. 

어쩌다 내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도 잘못 보고 아이를 죽일뻔했지?

내 뇌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리사는 말합니다.

사실 그의 뇌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잠시 뇌의 입장이 되어 봅니다.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둡고 조용한 상자에 갇혀 있습니다.

뇌는 매일매일 눈, 귀, 코 같은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로부터 감각데이터를 지속해서 수신하죠.

이 데이터들은 우리가 경험하는 멋진 풍경이나 냄새나 소리 같은 형태로 들어오는 게 아닙니다.

빗발치는 광파와 화학물질 기압의 변화에 불과하고 그 안에 본질적인 의미 같은 건 없죠.

 

어둡고 고요한 상자에 갇혀서 외부세계에 대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 뇌의 입장에서 지금 들어오는 감각데이터

말고도 최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좋겠지요.

그렇다면 뇌는 어떤 정보를 더 활용할 수 있다는 걸까요?

방금 전 생명체의 진화에서는 보았듯이 예측에 가장 좋은 정보원인 과거 경험, 다시 말해 우리의 기억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보는 건 세상에 있는 것과 우리 뇌가 구성한 것의 조합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잠을 별로 못 자서 피곤하고 기운이 없는 건데, 뇌는 배가 고픈 거라 해석해서 간식을 먹으면 기운이 날거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왜냐면 배가 고파서 기운이 없던 적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뇌는 기억을 바탕으로 배고픔을 구성합니다.

 

머릿속 정보가 외부 세계의 데이터를 압도하는 경험을 해보신 적 있나요?

핸드폰이 울리지 않았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을 느끼거나 길거리에서 분명 친구의 얼굴을 보았는데 다시 보니

다른 사람이고요.

이번엔 목이 잔뜩 마를 때 물 한잔 마시는 걸 떠올려 보세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셨다면 몇 초 내에 갈증이 줄어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물이 혈류에 도달하려면 2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해요.

그러니 물을 마시고 몇 초 만에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갈증을 해소한 걸까요?

바로 예측입니다.

뇌는 마시는 행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동시에 물을 마시면 느끼게 되는 결과를 예상해서 수분이 혈액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훨씬 전에 갈증을 덜 느끼게 하는 겁니다.

당신의 일상적 경험을 궁극적으로 는 당신의 뇌가 구성하는 환각이라고요.

 

이와 비슷한 예로 수프실험이 있습니다.

A그룹사람들에게는 300ml 수프를 먹게 하고 

B그룹사람들에게는 500ml 수프를 먹게 합니다.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배고파지기 시작하면 말해 달라고 합니다.

어느 그룹이 더 빨리 배고파졌을까요?

물론 A그룹 사람들이 더 빨리 공복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실험에는 작은 트릭이 숨어 있었습니다.

 

A그룹사람들이 먹은 수프는 사실 300ml가 아니라 500ml였고

B그룹사람들은 500ml가 아니라 300ml를 먹었던 겁니다.

그들의 뇌는 실제로 위장이 보내는 감각보다는 이 정도 양의 수프를 먹으면 보통 이때쯤 배고프더라 이런 예측에 기반해 환각을 구성한 셈입니다.

 

이제 우리는 앞에 등장했던 군인이 소들을 데리고 가는 소년대신 게릴라 반군을 보았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의 뇌는 이렇게 물었을 겁니다.

내가 아는 바에 근거해 보면 부대원들과 함께 깊은 숲 속에 있고 소총을 움켜쥐고 있고 심장은 두근거리고 내 앞에 움직이는 형체가 뾰족한 것도 가지고 있으면 그다음에 보게 될 가능성인 큰 건 뭘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게릴라 반군이었습니다.

뇌는 까딱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기에 현재의 정확성보다는 과거 기억에 의존했습니다.

한마디로 과거의 기억은 뇌의 예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현재를 바꿀 수 있습니다.

리사 펠드먼은 지금 당장 조금 수고를 들이면 앞으로 뇌가 예측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시험 전에는 긴장감을 느끼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불안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뇌는 과거에 시험 볼 경험을 근거로 예측해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땀으로 손바닥이 축축해지게 만들지만 그러면 시험을 잘 치르기가 힘들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두근거리는 심장이 꼭 불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이 두근거리는 불안감이 아니라 열정과 투지로 해석하는 법을 연습하면 시험을 더 잘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